쇼핑 천국이 아니라 얼음 지옥,
 
우드버리 아울렛
 



 

 
쇼핑에 취미도 관심도 능력도 없는 제 주제에,
 
무슨 부귀영화를 부리겠다고 ...
 
하루를 온전히 다 바쳐서 우드버리까지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뉴욕에 간다하니 아울렛을 가라하고,
 
아울렛을 갈거면 우드버리를 하라하니..
 
꼭 가야되는 곳인가보다... 하고 저도 모르게 그렇게 가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를 먼저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그 모든 곳을 통틀어서 가장 실패한 곳입니다.
 
렌트카 예약에 실패한 순간 우드버리행은 때려치웠어야 했어요.
 
 
 
 
 
 
 
 
 
 
 
 
 
 


 
 
 
친구도 저도 쇼핑을 딱히 즐기지는 않는터라,
 
너무 일찍 터미널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오전 9시였던가 10시였던가.
 
아무튼 우드버리로 갈 수 있다는 버스 터미널로 갑니다.
 
 
 
 
 
 
 
 
인포메이션에 물어보고 버스표 파는 곳을 찾아갑니다.
 
 
 
 
 
 
 
 
우드버리행 왕복 티켓을 구매합니다.
 
한사람에 무려 32달러나 되네요.
 
버스는 시간표가 있기는 했지만,
 
연말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해서 수시로 다닙니다.
 
줄이 꽤 길게 서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금방 줄었으니까요.
 
맨하탄에서 우드버리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우드버리에 도착.
 
여기저기 구경을 시작합니다.
 
이때만 해도 날씨가 참 멀쩡했는데.
 
그러고보니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하기는 하네요.
 
그래도 이때는 몰랐죠, 이게 눈구름인줄.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게 무슨 뜻이냐하면,
 
아울렛에서 파는 물건들이 대체 얼마나 저렴한 건지 전.혀. 체감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대박이야! 꼭 사야해! 더 사야해!를 외치는 곳이라는데,
 
저도 - 친구도 - 아무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해도 어어어어엄청 비싼 명품을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도 않았지요.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배터리마저(추운 날씨 때문에) 바닥나서 꺼져버리고...
 
누군가에게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사다 줄까 말까도 묻지 못하고
 
그저 낯익은 브랜드로만 찔끔 찔끔 쇼핑을 하게 됩니다.
 
(코치, 토리버치,  ... 등등 )
 
 
 
 
 
 
 
 
 
두어시간 우드버리 아울렛을 돌아다니던 우리는 식사를 하러 푸드코트로 들어갑니다.
 
사람이 넘쳐나는 우드버리, 푸드코트에도 바글바글합니다.
 
한국에선 꽤나 비싼 축에 속하는 오봉팽이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네요. 오호라.
 
 
 
 
 
 
 
 
 
그나마 사람이 적은 줄을 찾아,
 
우드버리 아울렛까지 와서 일식을 먹어봅니다.
 
초라한 음식에 비해 더럽게 비싸네요. 푸드코트에서 5만원이라.
 
어쩜.
 
세상에나.
 
 
 
 
 


 
그런데 진짜 세상에나는 그때부터였어요.
 
식사를 끝내고 푸드코트 밖으로 나왔는데 -
 
나왔는데!!!!!
 
 


 
하늘을 봐~ ♪ 하얗게 눈이 내려와 ~ ♬
 
.
.
.
.
 
눈이 내리고 있더라구요.
 
별 거 아닌 줄 알았어요.
 
렌트카 안빌리길 잘했다, 눈오는 날 운전하기 힘든데 호호호,
 
그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집에 가려고 버스정류장을 갔는데 ...
 
 
 
버스 정류장에 갔더니 줄이 꽤 길더라구요.
 
착한 어른이니 줄을 서야하지 않겠어요?
 
줄의 맨 뒤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1%의 과장도 섞지 않고,
 
버스 정류장(줄의 선두)에서 맨 뒤까지 가는데 30분이 걸렸어요.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 느껴지시나요?
 
 
 
 
 
 
 
 
 
 
걷고 걷고 또 걸어도 줄의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아득한 느낌,
 
하늘에서 내리는 이 하얀게 쓰레기 같다는 군인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이해되는 그 순간...
 
 
 
 
 
 
 
 
 
 
 
 
 
그리고 그렇게 맨 끝에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요.
 
 
 
 
 
 
 
 
미친듯이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장장 4시간 동안 버스를 기다렸답니다.
 
 
 
 
 
 
 
 
 
쇼핑을 해 온 사람들의 종이가방은 눈에 젖어 찢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작은 캐리어 하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방이 찢어질 걱정은 없었지요.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찢어지지 않은 가방으로 짐을 옮기고...
 
줄 옆은 자연스럽게 쓰레기장이 되어갔어요.
 
 
 
 
 
 
 
 
추위에 벌벌 떨던 친구와 저는
 
줄 앞에 있는 노스페이스에 한 명씩 번갈아 다녀왔어요.
 
입고 있던 바지 위에 바지를 사입고,
 
입고 있던 겨울 코트 위에 또 패딩을 사서 입었죠.
 
양말도 사서 신고, 목도리도 사서 했어요.
 
노스페이스는 그 날 돈을 많이 벌었을까요?
 
 
 
 
 
 
 
 
4시간을 기다린 끝에 밤 10시에야 겨우 탑승한 맨하탄행 버스는
 
12시가 넘은 시간에 우리를 버스 터미널로 데려다 주었고,
 
우리는 저녁에 예약해 두었던 블루노트도 가지 못했으며,
 
지하철은 끊겨 택시를 탔지요.
 
제 캐리어의 바퀴 하나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추운 날씨에 눈까지 맞은 제 카메라는 고장이 났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항상 날씨 운이 좋다, 좋다 말하는 편이예요.
 
강수 확률이 70~80%가 넘는 날에도 제가 돌아다니는 시간에는 비가 안 올 정도로요.
 
그런 제 운이 유일하게 비껴갔던 날,
 
최악의 날씨로 저를 맞이해준 우드버리 아울렛이었습니다.
 
 
 
 
 
 
그래요,
 
쇼핑은 내 팔자가 아닌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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