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일~2일. 대만에서 시작하다.
 



 
 

*실시간 세계일주 여행기는 기존 포스팅과는 별개로 일기처럼 작성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깐 아마 반말)

*작성은 실시간이지만 포스팅은 약 한 달 정도 후의 예약글로 올라갑니다. 지금 이순간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공개하는 건 어쩐지 조금 겁이 나서요.

 
 
 

그럼 의욕넘치는 1일차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2016년 3월 7일 타이베이 날씨 구름 가득 

 

세계일주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꽤 오래된 꿈이었다. 여행을 유독 좋아하던 내게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는 늘 연착과 결항을 꿈꾸게 하는 악당같은 거였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거지. 돌아오는 비행기 따위 타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을 꿈꾸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매해 대여섯 번씩의 해외 여행을 했지만 여행에 대한 갈증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더 멀리, 더 오래, 더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

 

목표한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첫 번째 여행지로 선택된 곳은 다름아닌 대만이었다. 지금까지 무려 두 번이나 갔던 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이 넘치는 곳. 그곳으로 다시 가리라. 내 눈에 담지 못했던 또다른 대만까지 모두 다 보리라. 그리하여 지난 2015년 5월에 스쿠트 항공의 프로모션을 통해 대만행 항공권을 끊었다.

 


 

 

스쿠트 항공은 나의 세계일주 시작일을 멋대로 하루 앞당겼다. 원래 3월 7일 새벽 1시에 출발하는 항공편이었는데, 3월 6일 밤 10시 15분 비행기로 앞당겨진 것. 공항에서 노숙하고 아침에 시내로 가야겠다던 나의 계획은 살짝 수정, 바로 시내로 가면 되겠지 싶었다.

 

쨋거나-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까지하고 공항에 내렸다. 나는 즐거운 여행을 시작하는 건데, 자꾸 엄마랑 동생이 울었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비행기 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얼른 공항으로 들어와버렸다. 더 오래 같이 있으면 더 많이 울 거 같아서... 멋진 곳 발견하면 부를테니 꼭 비행기 타고 나 따라 오라고 이야기하고 빠이빠이 했다.

 

밤 10시 15분 출발인 스쿠트 항공의 체크인 시작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었다. 7시 20분 쯤 공항에 도착해서 40분쯤 보딩 티켓을 받았으니 그다지 많이 기다린 것은 아닌 듯 하다. 면세품 구매엔 영 관심이 없는터라 얼른 라운지로 갔다. 크마 카드로 들어갈 수 있는 라운지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시아나 라운지. 솔직히 막 밥을 먹고 왔기 때문에 배는 고프지 않았고, 샤워실로 직행했다. (보딩 패스를 맡겨야 샤워실 열쇠를 받을 수 있음). 샤워하는 도중에 엄마한테 전화와서 또 엉엉 울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남은 기간 여행하나... 싶네.

 

스쿠트는 역시나  연착. 연착. 연착.

21시 30분부터 시작한다던 보딩은 22시가 다 되어서야 시작되었고, 비행기 출발도 그만큼 늦어졌다.

게다가 내 좌석은 3.3.3 배열의 가운데 3에서도 가운데. 이런 젠장!
 

 

 

 

문득 내가 스쿠트 항공을 처음 탔다는 사실에 놀랬다. 저 화려한 무지개색 기내를 처음 봤어.

이사람 저사람 스쿠트 예약을 하도 많이 해줘놔서 나도 타 본 줄 알았네.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에 핸드폰 요금제를 바꿨다. 일반폰용 기본 요금제. SKT이라 12,100원(VAT 10% 포함)이다. 핸드폰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좀 했는데, 아무래도 이게 최선인 듯 했다. 해지는 솔직히 말도 안되는 옵션이고, 일시 정지를 할까 어쩔까... 하다가 3,850원이나 12,100원이나 가족 결합 할인 받으면 몇 천원 차이 안나지 싶어 그냥 기본 요금으로 번호를 유지하기로 했다. 가끔 카드 쓰면 카드 이용 문자도 받아야겠고, 만에 하나 카드 도용 문제 생기면 그것도 문자로 확인이 될거고... 비상시에 연락 받기에도 한국 번호가 살아 있는 게 편하고... 등등등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 내면서 합리화에 성공했다.

 

 

 

자정이 넘어서 타오위안 공항에 착륙했다.

다행히 이 시간에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건지 입국 심사도 줄이 짧다. 작년 설에 왔을 땐 입국 심사만 두 시간 걸렸는데.... 10분도 채 안기다린 것 같아.

타이페이 메인역으로 가는 국광버스는 24시간, 이것도 줄 하나도 없어서 냉큼 탑승에 성공했다. 지난번 타이베이 여행 때 남겨온 이지카드가 있어서 따로 표를 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평소에는 40분 이상 걸렸던 거 같은데 밤이라 그런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타이페이 메인역에 도착해버렸다.

 

숙소인 406inn에 어떻게 가나.. MRT도 끊겼을 텐데 - 하고 고민하다가 걸어갈까? 했으나... 타이페이 메인역에서 무려 1.6km. 맨 몸이라면 모를까 15kg이 넘는 베낭 등 뒤에 짊어지고는 절대 못할 짓이다 싶어서 그냥 택시를 탔다. 새벽 체크인은 전화를 달라고 해서 전화를 걸었지. 직원 영어가 너무나도 짧아서 -_-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택시 기사 바꿔줬다. 택시 기사랑 열심히 통화하길래 땡큐 하고 통화 종료 ㅎㅎ 택시 기사가 차를 세우니 직원이 1층에 마중 나와 있다! 우왕!

 
 

406 inn은 시먼역 근처에 있다. 시먼역과 시먼 까르푸 사이랄까? 낮이면 모를까 이 새벽에 처음 오는 사람은 절대 스스로 찾아낼 수 없을 듯한 위치다. 누군가 이 숙소에 갈 예정이라면 반드시 택시 기사와 직원을 전화통화를 시키기를 권한다!!! 방에 들어온 시간은 새벽 1시 30분쯤 됐는데, 1층에 있던 여자애가 깨어 있어서 좀 미안했다 ㅜㅜ 아침에 열심히 짐을 싸고 있길래 물어보니 오늘 체크아웃 한다고. 아하 그렇구나! 하고 걔 나가자 마자 1층으로 이사했다.

 

방은 깨끗한 편이긴 한데 정말 정말 좁다. 화장실은 깨끗한데 문이 고장나서 안잠기는 게 좀 있고, 샤워실은 좁아 터져서 갈아입을 곳 놔둘 곳도 없다. 드라이기는 대체 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30초만 쓰면 꺼진다 -_- 앉아서 뭔가 할 수 있을만한 책상도 없고 부엌도 없다. 그래도 그래도 참는다! 왜냐하면 여긴 1박에 $11 밖에 안하니까!!! 12,000원 내고 (비록 좁아 터졌지만) 2인실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참을 수 있다.

 

괜찮다 괜찮다. 


 

 

핸드폰 심카드를 사려고 통신사를 찾아서 시먼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도통 눈에 띄지 않아서 MRT를 타고 타이베이 메인역까지 갔다. Far EasTone 이라고 이야기 하던데, 아무튼간에 타이페이 메인역 인포에서는 여길 가라고 알려주더라. 가서 조금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서 심카드 살래요, 했더니 500 TWD 짜리가 있다고 한다. 그걸로 주십샤 했는데 신분증이 여권이랑 다른 거 하나랑 총 2개가 있어야 한댄다. 대체 왜 ? 근데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를 어딘가에서 읽은 거 같기도 하다...

 

지갑 안에 있던 운전면허증을 아침에 숙소에다 던져 버리고 여권만 달랑 들고 나왔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서려는 찰나, 직원이 다른 통신사를 알려주며 거기로 가 보라한다. 거긴 여권만 있어도 될거라며.... 세상에. 한국으로 치면 SKT에서 KTF로 손님을 보내는 격이 아닌가?!?1 그들의 속이야 나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땡큐 하고 나와서 직원이 알려준 M8로 간다. 역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역 바깥에 있다. 그래서 인포 직원은 안알려줬구나.

 

 

 


결국 심카드는 여기서 샀다. 이건 뭐라고 읽지? 중화통신? 뭐라고 읽는 거지? 암튼 M8 출구로 나오면 길건너편 대각선 쪽에 있다. 3기가 짜리가 여긴 300TWD 밖에 안하네. 가격도 더 싸고 여권만 있어도 되고 이래저래 잘되었다 싶어 여기서 개통했다. 근데 전화랑 문자는 하나도 안되고 데이터만 달랑 3기가인 건 함정... 전에 왔을 땐 뭘로 했지??? 전화랑 문자로 조금씩 됐던 거 같은데... 아무튼 전화 할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어젯밤에도 숙소 직원한테 한국폰으로 국제전화했는데.. 무려 3분. 요금 얼마나 나오려나 ㅜㅜ 한푼이 아쉬운 여행자 입장이라 사소한 돈이 제일 아깝다.

 

핸드폰 개통에 기뻐하며 다시 시먼으로 돌아왔다. 근데 돌아오는 길에는 시먼에서 통신사가 엄청 많이 눈에 띈다... 아깐 왜 하나도 안보였지... 심지어 엄청나게 큰데 말이야 -_-;;;; 숙소에 들어갔다. 비가 올랑 말랑하고 해지니 날씨도 추워서 우산도 챙기고 후드티도 챙겨서 다시 나왔다. 단수이로 간다.

 

 

 

 


단수이랑 나랑은 뭔가 안맞는 거 같다. 처음 왔을 때는 배타고 빠리 갔다 왔더니 해가 꼴딱 넘어가 버려서 일몰을 제대로 못봤고, 두번째 왔을 때는 잘못된 교통 수단 선택 - 버스 - 덕분에 차가 너무 막혀서 도착했을 땐 이미 해가 다 지다못해 깜깜해져 있었고, 일찌감치 도착한 오늘은 날이 흐리멍텅해서 단수이 야경은 이게 전부였다. 해 질 시간은 아직 30분이나 더 남았다고 하는데 저 아래쪽은 온통 시커멓고 두꺼운 구름이라 더이상의 석양은 없었다.

 

아쉬워 아쉬워,

 

그래서 갈 생각이 없었던 빠리로 넘어가기로 했다.

 

 

 

 


빠리에서 파는 것 중에 제일 좋아하는 오징어 튀김. 혼자 왔으니 소심하게 작은 것으로 시켜서 먹어본다. 여전히 슬퍼하고 있는 엄마의 카톡 때문인지 내 맘도 싱숭생숭맹숭하여 입맛이 없다. 저 좋아하는 대왕 오징어 튀김을 다 먹지 못하고 버려야만 했다. 이 기분이 며칠이나 가려나 잘 모르겠다. 한 번도 여행하면서 집이 그립다거나 슬프다거나 한 적 없었는데... 뭔가 기분 전환이 (출발 하루만에!!!)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즐거운 일을 만들어야 한다.

 

빠리에서 해변따라 산책하면서 동생이랑 카카오톡으로 영상 통화를 했다. 날 별로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같은 우리 집 멍멍이랑도 인사하고.

 

단수이에서 뭔가 사먹을까 했는데 딱히 땡기는 게 없어서 그냥 걷다가 MRT만 타고, 시먼에서도 이리저리 구경만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우육면 사먹으려고 했는데 찾아간 가게가 마침 월요일 휴무라. 젠장!

 

열악한 샤워 시설이지만 일단 씻고, 다행히 이 방은 나 혼자 쓰게 된 것 같고!

 

내일은 우라이에 가야겠다. 가서 마음에 드는 온천 있으면 1박 하고 와야지.

 

 


 

3월 7일 지출

공항 -> 타이베이메인역 120 TWD

택시 120 TWD

편의점 커피 30 TWD

MRT(시먼-메인역) 16 TWD

심카드 300 TWD

MRT(시먼-단수이) 40 TWD

코코밀크티 35 TWD

페리(단수이-빠리) 23 TWD

대왕오징어 튀김 100 TWD

페리(빠리-단수이) 23 TWD

MRT(단수이-시먼) 40 TWD

85도씨 소금커피 60 TWD

합계 907 T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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